나는 존경받는 아버지이고 싶다.
나는 존경받는 아버지이고 싶다.
세상 모든 아버지를 대표해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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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버지는 왜 존경받기 힘들까?
영국문화원에서 설립 70주년을 맞아 비영어권 국가 102개국 4만 명을 대상으로 '가장 아
름답다고 생각하는 영어단어'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있다. 그 결과, '어머니mother'
가 1위를 차지했고, 아버지father는 78위였다.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'어머니
의 날'로 정한지 60여 년이 지난 뒤에야 6월 셋째 주 일요일을 '아버지의 날'로 지정해
기념하기 시작했다. 어머니는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분이다. 온갖 수모와 희생
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낳아주셨기에 아무리 존경해도 아깝지 않다. 하지만 수고와 희생
이라면 아버지 역시 어머니 못지않다. 그럼에도 아버지는 왜 좀처럼 존경을 받지 못하는
가?
아마도 아버지, 즉 남자들은 서툰 표현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.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헌
신하면서도 가족의 존경을 받지 못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아버지 일 것이다. 흔히
아버지 하면 많은 사람들이 '가족의 작은 잘못 앞에서도 호통 치는 사람' 반면 자신의 잘
못은 절대 인정 않는 권위주의자' 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.세상 모든 아버지가 가족을 향
해 호령이나 변명 대신 자상하게 진심을 표현해 보면 얼마나 좋을까? 인간관계는 사회생
활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. 가정에서의 인간관계 역시 중요한데, 아버니는 아내와 자녀들
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서툴고 힘들어 한다.
그 비참한 심정을 그때 알았더라면
아는 후배가 있다. 그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정신분열 증세까지 있었다. 후배는 아버
지를 좋아하지 않았다.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날이면 아버지는 이 논바닥에서 저 논바닥
으로 뛰어다니면서 연신 "엎드려!"를 외쳤다. 그런 괴상한 행동을 하는 아버지 대문에 후
배는 친구들에게 '엎드려'라는 별명을 얻었고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다. 결국 알콜 중독으
로 후배의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. 자신의 임종을 감지했는지, 아버지는 어
느 날 아침 후배의 이름을 부르면서 '오늘 학교를 마치면 일찍 집에 돌아오라'고 의미심장
한 말을 했다. 그것은 사랑하는 자식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
었다. 후배는 그 아버지의 그 마지막 말을 가볍게 듣고 해가 넘어가도록 친구와 놀았다. 집
에 돌아오니 아버지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.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아버지의
죽음을 슬프게 여기는 것 같지 않았다. 아니, 오히려 앓던 이를 뺀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.
그러던 어느 날, 후배는 작은아버지로 부터 아버지에 관한 가슴 아픈 사연을 듣게 됐다.
후배의 아버지는 6,25전쟁에 장교로 참전했다. 마침 아버지가 근무하던 부대에 막내삼촌
이 전입을 왔다. 유달리 약했던 남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아버지는 동생을 자
기와 같이 근무하도록 했다. 어느 날 밤, 부대에 큰 폭격이 떨어졌다. 아버지는 동생의 손
을 잡고 어두운 밤길을 뛰고 또 뛰었다. 한참을 달리다 문득 동생을 잡은 손이 가벼워 정
신을 차려보니, 같이 뛰던 동생의 몸이 폭탄에 맞아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었다. 아버지는
지나온 밤길을 훑었지만 결국 동생의 시신을 찾지 못했고, 결국 그 큰 고통을 평생 가슴
에 묻고 살아야 했다.
그 뿐만이 아니었다. 전쟁이 끝니고 집에 와보니 아내와 딸이 전쟁 중에 처참하게 살해된
뒤였다. 죽은 자는 다시 살아돌아오지 않았다. 떠난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죄책감 탓에 아
버지는 매일 술을 마셔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. 아버지는 훌륭한 군인이요, 가정에 헌신한
가장이었지만 가족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지 못했다. 오히려 알코올 중독자로, 정신 이상
자로 취급 받은 것이다. 집집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, 그러면서도
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다 비슷할 것 같다. 그런 아버지께 우리가 먼
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는 건 어떨까.
억만금과도 바꾸지 않을, 6천 원짜리 찌게의 행복
이렇게 이야기하는 필자 역시 젊어서는 아버지를 존경하지 못했다. 평소 엄하시던 아버지
가 늘 두렵게만 느껴졌다. 그러던 어느 날, 아버지가 고생하며 어떻게 우리를 키우셨는지
알게 되면서 아버지께 존경심이 생겼다. 하지만 필자도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러서, "아
바지, 존경합니다."라고 말씀드리지 못했다. 지금 내 앞에 아버지가 계신다면 주저없이 말
할 것이다. "아버지, 존경합니다..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가장이십니다." 아버지가 그 말을
들었다면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생각해본다.
필자에게도 대학생 아들이 둘 있다. 아들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우리는 조금씩
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. 세대차 때문일까, 아들들은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. 한번은
아들들이 "아버지는 사업을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, 왜 마인드 강사일을 하고 계세요?"라
고 물었다. 아들들에게 내 지난 삶을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사람은 서로
마음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가,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자세하게 표현하고,
듣는 사람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까.
아들들에게 인생의 이야기를 한 번에 다 하면 너무 지루할 것이기에 10분 단위로 녹음을
해보았다. 어디서 나서 어디서 자랐으며, 어떻게 대학을 다녔고 어떻게 결혼했으며, 어떻
게 진로를 결정했는지 등을 녹음해서 듣고 또 들어보았다. 그리고 그 녹음 파일들을 아들
들과의 카톡방에 올렸다. 그 파일을 들은 아들들은 나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, 나역시 아
들과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졌다. 얼마 전에는 부산에 갔다가 아들과 점심을 먹었다. 줄
을 서서 먹어야 하는 대학가 맛집에서 김치찌게를 먹었다. 6천 원짜리 찌게였지만 그 행
복은 값으로 매길 수 없었다.
"이제는 말할께요. 아버지, 사랑합니다."
필지는 마음을 표현하는 데 굉장히 서툰 사람이었다. 어머니는 필자에게 '넌 어렸을 때부
터 혼자서도 잘 놀았다'고 말씀하신다.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보다 혼자 지내는 것이 너무
익숙하거 편했다. 하지만 마인드강사가 되어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배우고 연구하면서 '진
정
인간다운 삶이란 어떤 것일까?'를 생각하게 되었다. 인간은 단순히 돈을 벌어 먹고살기 위
해 사는 존재일까? 아닐 것이다. 인간은 절대 혼자서는 살 수 없다. 서툴더라도 가끔씩
섭섭했던 이야기를 하거나 싸우기도 하고, 때로는 깊은 속내도 표현하면서 마음을 나누는
삶이야 말로 진정 인간다운 삶이구나 싶다. 이제는 사람들과 서로 마음을 표현하고 교감
하며 사는 삶이 더 편하고 행복하다.
TV에서는 간혹 산이나 시골에 묻혀 세상과 인연을 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
룬 내용이 나오곤 한다.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내심 안타깝다. 그들이 세상을 등지고 사
는 데는 사연이 있지만, 대부분은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은 경우다. 치열한 경쟁에 시달
리다 지친 사람, 사랑했던 이에게 버림받은 사람,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한 사람... 얼
마나 상처가 크고 아픔이 많으면 오지에서 혼자 산다는 말인가? 하지만 이는 결코 근본
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. 혼자 살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, 혼자 살수록 마음은 계속 약
해져서 작은 어려움에도 더 힘들어 하게 된다. 또 자기도 모르게 사회성을 잃고, 사람끼리
마음을 나누며 살 때 느꼈던 행복과 기쁨을 잃어버린다.
필자는 어느 날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. "아버지가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어, 그게 뭐냐면
아들한테서 '아버지, 존경합니다.' 하는 소리를 듣는거야." 설마했는데 아들이 바로 문자
를보내왔다. "아버지 존경합니다." 옆구리 찔러 절 받기지만, 너무 행복했다.
흔히 세상을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에 비유한다. 다른 누군가로 부터 존경
을 받지 못하더라도 가장 가까운 아내, 자식에게 존경받는 아버지는 삶에서 부딪히는 어려
움과 맞서 싸울 힘이 생긴다. 험한 인생을 사느라 지치고 상처 입은 아버지를향해 여러분
이 해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바로 "아버지, 존경합니다. 그리고 사랑합니다."라는 한
마디 인 것이다. 이번 추석에는 가족에게 평소 가슴에 담아두고 있던 마음을표현해 보자,
어느 때보다 행복한 한가위가 될 것이다.
오세재
'행복한 삶을 결정짓는 건 물질아닌 마음의 행복'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. 국내외 청소년, 공무원
기업인을 대상으로 자기개발 강연을 펼치고 있다. 교육 과학 기술부 장관상 및필리핀 교육부 공로상을
수상했으며,<경남일보>에도 칼럼을 연제 중이다.
오세제 info@dailytw.kr
명절을 맞아서 조금 더 빨리 올리지 못한 부분에 안타까움을 느낌니다. 아름다운 명절 가족의 소중함을
잊지 않으시길 바라면서 아버지께 더 따뜻한 말씀으로 마음을 나누셨기를 빕니다.
아버지로 산다는 것, 이땅의 모든 남자들이 걸어가는 길인데, 유별나게 아버지는 외로운 존재일 수 밖에
없는 것인가. 얼마전 부터 아버지 학교를 시작했다. 자녀들과 아내와 나이가 들어 갈 수록 거리가 생기는
외로운 아버지들과 서먹한 가족들, 그 원인과 치유를 함께하는 '아버지 학교'를 살아있는 동안 계속 하기
로 마음먹고 여러분들과 함께 운영하기로 했고 이제 3 회째의 교육을 실시한다. 모든 가정이 화목하고 아
름다운 이야기로 넘칠 때까지....... 감사합니다. epika가 드립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