선생님이 따뜻하게 품으면, 3
세번 째, 선생님이 따뜻하게 품으면 학생은 곁길로 가지 않는다.는 글을 올립니다.
연말 안에 끝내려 하다 보니까 여러분께 소홀한 점이 많을텐데, 양해 해 주신점 감
사드린다는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.
2016년 마지막 시간까지 아름답게 보내시기 바랍니다.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
하시는 일마다 좋은 결과 얻으실 줄압니다.감사합니다.
그러면 제 3부를 이어가겠습니다.
저는 아버지를 몹시 싫어했습니다. 남자가 사업하다가 망하면 여자가 고생을 가장 많이 하더라고
요,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새벽에 우유 배달도 하시고, 공사장 가서 청소일도 하시는 걸 보면서 '나
는 아버지처럼 안 산다. 난 사업 안 하고 월금쟁이 하겠다.'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그때 제 인생의
목표는, 결혼하면 꼭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었어요. '아버지처럼 아내를 고생시키는 그런 남
자는 안 되겠더,'고 속으로 다짐했지요. 그런데 그날 아침, 아버지도 나와 똑같은 마음이었겠다,' 싶
었습니다.
저희 할아버지는 창녕에서 크게 성공하셨는데 훗날 노름에 빠져 많던 재산을 다 날리셨거든요. 그
래서 아버지는 술을 한 모금도 입에 안대고 노름도 안하는, 매우 가정적인 분으로 사셨어요. 그러
나 아버지도 할아버지처럼 결국엔 가족들을 고생시킨 가장의 자리를 비켜갈 길이 없었습니다. 제가
'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지' 한다고 해서 아버지처럼 안 되는 게 아니잔아요. '나도 아버지처럼 될
수 있는 인생이구나. 그렇다면 내가 자신을 과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구나. 나보다 지혜로운 누군
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구나' 싶었습니다.
스물일곱 살 때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아버지와 한층 마음이 가까워졌어요. 아버지를 이해
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, 사람들을 ㅇ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.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아버지가
대단한 분이라는 마음이 듭니다.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제 마음에서 대단한 분이 되는 데 걸린 시
간은 37년이었어요. 우리 아버지가 변한 게 아니고 제 마음에서 아버지를 위대하다고 느끼는 데
걸리는 시간이었지요. 반대로 표현하면, 우리 아버지가 나를 37년 동안 기다려 주셨던 거예요. 저는
직업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편입니다.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. '내가 지금
이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데, 내가 이 사람에게서 느끼는 어떤 느낌이 있는데, 내가 가진 기준이 있
는데, 진짜 이 사람은 나의 눈, 나의 느낌, 기준과 일치하는 사람일까? 만약에 우리 아버지가 날 그
런 기준의 눈으로 봤다면 지금도 부자사이가 멀었을 텐데. 아버지는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그런
판단기준들을 다 제거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구나. 아버지가 37년 동안 나를 기다려주셔서
나도 아버지를 조금씩 알게 되고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고 아버지가 위대하다는 걸 알 수 있었구나,
나를 그렇게 기다려 주는 분들이 있구나'
강연을 마무리하면서, 제가 좋아하는 김춘수의 시 <꽃>을 소개합니다. 다 아시지요?
'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.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
주었을 때,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.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
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. 그 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. 우리들은 모두 무
엇이 되고싶다.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싶다.'
사람들은 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려 하고, 또 의미 있는 사람을 자기 마음에 담아두려
고 합니다. 사람들한테 질문을 던집니다. "당신 마음에 의미있는 사람이 있습니까?" 한참 생각하더
니 이렇게 답합니다. "내 마음에 의미 있는 사람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." 그럼 다시 질문합니다.
"당신을 의미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?" 이 질문의 답이 나오는 데엔 몇 초도 안
걸립니다. "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."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. 여러분을 의미있는 사람으로 마
음에 두고 있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여러분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겁니다.
'누군가 나를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, 누군가 나를 그 마음에서 사랑한 사람이 있었구
나 누군가 나를 그 마음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.'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,
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모르겠는데.가족이었는지, 선생님이었는지 친군지 누군지 잘 모르겠는만 그
마음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, 사랑하고 품고 있었구나 그런데 어느 날 그걸 알게 되면 그때부터 나
도 누군가를 품고 기다리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사람이 되더라고요. 여러분들은 선생님이시
니까 많은 학생들을 만나실 겁니다. 그런데 내가 보는 이 사람, 5년 뒤에, 10년 뒤에, 15년 뒤에,
20년 뒤에 어떤 사람으로 변할지 모르는데, 내 마음 안에서 나도 저 사람을 15년 동안, 20년 동안
품고 있으면 기다리고 있으면 저 사람 어떤 사람으로 변할지 모르겠다. 내가 가지고 있는 어둠을
보는 눈, 허물을 보는 눈, 문제만 보고 있는 눈 말고, 그 사람을 희망과 기대로 내 마음에 품을 수
있다면, 누군가 나를 그렇게 기다리면서 나를 만든 것처럼, 그 사람도 내 안에 있는 그 마음이 그를
아름답게 만들 것이라 생각됩니다.
저는 한국의 교육과 학생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든지 희망은 여러분, 바로 선생님들이라고 생각합니
다.
여러분들 마음 안에서 만나는 모든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다면, 내 마음에 약간 맞지 않더
라도 그대로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, 내가 가진 기준들을 무조건 주장하지 않을 마음을
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따뜻해지고 학생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희망적으로 변하리라
확신합니다.
문영준
(주) 투머로우의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다. '삶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물질세계가 아닌 마음이라는
것이 그의 지론이다. 잠비아 정부승인 마인드 에듀케이션 연구위원, 인도 하이데라바드 공식 인성교
육 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'어떻게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
어낼지'를 늘 고민하는 언론인이다.
문영준 info@deilytw.kr