카테고리 없음

선생님이 따뜻하게 품으면 3

epika2 2017. 1. 2. 21:17

 

 

선생님이 따뜻하게 품으면, 3

 

세번 째, 선생님이 따뜻하게 품으면 학생은 곁길로 가지 않는다.는 글을 올립니다.

연말 안에 끝내려 하다 보니까 여러분께 소홀한 점이 많을텐데, 양해 해 주신점 감

드린다는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.

2016년 마지막 시간까지 아름답게 보내시기 바랍니다.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

 하시는 일마다 좋은 결과 얻으실 줄압니다.감사합니다.

그러면 제 3부를 이어가겠습니다.

 

 

저는 아버지를 몹시 싫어했습니다. 남자가 사업하다가 망하면 여자가 고생을 가장 많이 하더라고   

요,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새벽에 우유 배달도 하시고, 공사장 가서 청소일도 하시는 걸 보면서 '나 

는 아버지처럼 안 산다. 난 사업 안 하고 월금쟁이 하겠다.'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그때 제 인생의   

목표는, 결혼하면 꼭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었어요. '아버지처럼 아내를 고생시키는 그런 남 

자는 안 되겠더,'고 속으로 다짐했지요. 그런데 그날 아침, 아버지도 나와 똑같은 마음이었겠다,' 싶

었습니다.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저희 할아버지는 창녕에서 크게 성공하셨는데 훗날 노름에 빠져 많던 재산을 다 날리셨거든요. 그  

래서 아버지는 술을 한 모금도 입에 안대고 노름도 안하는, 매우 가정적인 분으로 사셨어요. 그러  

나 아버지도 할아버지처럼 결국엔 가족들을 고생시킨 가장의 자리를 비켜갈 길이 없었습니다. 제가

'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지'  한다고 해서 아버지처럼 안 되는 게 아니잔아요. '나도 아버지처럼 될 

수 있는 인생이구나. 그렇다면 내가 자신을 과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구나. 나보다 지혜로운 누군 

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구나' 싶었습니다.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스물일곱 살 때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아버지와 한층 마음이 가까워졌어요. 아버지를 이해 

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, 사람들을 ㅇ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.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아버지가 

대단한 분이라는 마음이 듭니다.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제 마음에서 대단한 분이 되는 데 걸린 시  

간은 37년이었어요. 우리 아버지가 변한 게 아니고 제 마음에서 아버지를 위대하다고 느끼는 데    

 걸리는 시간이었지요. 반대로 표현하면, 우리 아버지가 나를 37년 동안 기다려 주셨던 거예요. 저는

직업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편입니다.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. '내가 지금   

이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데, 내가 이 사람에게서 느끼는 어떤 느낌이 있는데, 내가 가진 기준이 있 

는데, 진짜 이 사람은 나의 눈, 나의 느낌, 기준과 일치하는 사람일까? 만약에 우리 아버지가  날 그

런 기준의 눈으로 봤다면 지금도 부자사이가 멀었을 텐데. 아버지는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그런    

판단기준들을 다 제거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구나. 아버지가 37년 동안 나를 기다려주셔서  

나도 아버지를 조금씩 알게 되고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고 아버지가 위대하다는 걸 알 수 있었구나,

 나를 그렇게 기다려 주는 분들이 있구나'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

강연을 마무리하면서, 제가 좋아하는 김춘수의 시 <꽃>을 소개합니다. 다 아시지요?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

'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.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  

주었을 때,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.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 

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. 그 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.  우리들은 모두 무

이 되고싶다.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싶다.'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사람들은 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려 하고, 또 의미 있는 사람을 자기 마음에 담아두려   

 고 합니다. 사람들한테 질문을 던집니다. "당신 마음에 의미있는 사람이 있습니까?" 한참 생각하더  

니 이렇게 답합니다. "내 마음에 의미 있는 사람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." 그럼 다시 질문합니다.  

"당신을 의미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  사람들이 있습니까?" 이 질문의 답이 나오는 데엔 몇 초도 안  

걸립니다. "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."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. 여러분을 의미있는 사람으로 마    

음에 두고 있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여러분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겁니다.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'누군가 나를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, 누군가 나를 그 마음에서 사랑한 사람이 있었구   

나 누군가 나를 그 마음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.'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, 

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모르겠는데.가족이었는지, 선생님이었는지 친군지 누군지 잘 모르겠는만 그 

마음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, 사랑하고 품고 있었구나 그런데 어느 날 그걸 알게 되면 그때부터 나   

 도 누군가를 품고 기다리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사람이 되더라고요. 여러분들은 선생님이시

니까 많은 학생들을 만나실 겁니다. 그런데 내가 보는 이 사람,  5년 뒤에, 10년 뒤에, 15년 뒤에,   

20년 뒤에 어떤 사람으로 변할지 모르는데, 내 마음 안에서 나도 저 사람을 15년 동안, 20년 동안  

품고 있으면 기다리고 있으면 저 사람 어떤 사람으로 변할지 모르겠다. 내가 가지고 있는 어둠을    

보는 눈, 허물을 보는 눈, 문제만 보고 있는 눈 말고, 그 사람을 희망과 기대로 내 마음에 품을 수    

있다면, 누군가 나를 그렇게 기다리면서 나를 만든 것처럼, 그 사람도 내 안에 있는 그 마음이 그를 

아름답게 만들 것이라 생각됩니다.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저는 한국의 교육과 학생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든지 희망은 여러분, 바로 선생님들이라고 생각합니

다.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여러분들 마음 안에서 만나는 모든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다면, 내 마음에 약간 맞지 않더   

라도 그대로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, 내가 가진 기준들을 무조건 주장하지 않을 마음을   

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따뜻해지고 학생들은 지금보다  훨씬 더 희망적으로 변하리라

확신합니다.

 

문영준

(주) 투머로우의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다. '삶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물질세계가 아닌 마음이라는

  것이 그의 지론이다. 잠비아 정부승인 마인드 에듀케이션 연구위원, 인도 하이데라바드 공식 인성교

   육 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'어떻게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

어낼지'를 늘 고민하는 언론인이다.

 

문영준  info@deilytw.kr